아니 가수 이적 한 번 보기도 힘든데 뭔 놈의 이적이 이렇게 흔해빠졌어? 이거 진짜 이적 맞어? 의문을 가진 당신을 위해 불경에 근거한 우담바라 판별법을 소개한다.
<경전을 통해 알아본 우담바라 진위 판별법>
1. 우담바라는 움이 돋는데 일천년, 꽃봉오리 맺는데 일천년, 꽃봉오리 피는데 일천년 해서 총 삼천년만에 핀다.
- 그러니까, 진짜 우담바라는 제야의 종소리마냥 3000, 2999, 2998 카운트 다운 하다가 딱 삼천년 되는 순간에 이때다 하고 팍 피어버리는 게 아니라 한 자리에서 삼천년에 걸쳐 피어난다는 소리다. 어느날 갑자기 발견된 개체는 가짜고, 삼천년 전부터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가 되어야만 진짜 우담바라 되겠다.
2. 우담바라의 향내음은 일유순 안에 가득하다.
- 유순(由旬)이라는 단위 자체가 정량화된 게 아니라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진 못하지만, 여기저기 알아보니 1유순은 대충 6km에서 80km 사이의 어딘가쯤에 있는 듯 하다. 꽃은 있으나 벌레가 없으니 필시 향기가 없는 개체는 가짜고, 발견지 근방 6km만 가더라도 알 수 없는 향기가 가득해야만 진짜 우담바라 되겠다.
3. 우담바라의 크기는 마차 바퀴만큼 크다.
- 마찬가지로 마차라고 해도 규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진 못하지만, 장난감 모형 마차가 아닌 다음에야 엔간한 타이어보다는 커야 마차를 굴러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벌레보담도 작아 돋보기 없이는 잘 보이지도 않는 개체는 가짜고, 꽃잎 지름이 대충 60센티미터 전후는 되어야 진짜 우담바라 되겠다.
물론 그 수많은 목격담 중 이 조건을 하나라도 충족하는 사례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0x년이 되자(정확한 년도는 모르겠다 -_-;;)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잊어버릴만 하면 풀잠자리알을 갖다가 전설의 꽃이라고 소개하는 저녁 뉴스에 질려버린 생물학 전문가들이 "내 밥줄을 걸고 말하겠는데, 저건 풀잠자리알이야!"라고 선언해버렸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발견자들이 진정 흔들림없이 우담바라의 존재를 믿었다면 꽃잎이나 줄기 약간을 띄어주면서 한 번 검사해보라고 정면돌파를 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신앙심 두터운 발견자들은 무지한 과학자들의 손 아래 영험한 꽃이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했는지 다른 방법을 통해 우담바라라는 이름을 지켜낸다.
"불교 사전에는 풀잠자리(청령)의 알도 우담바라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제 꽃이 아니고 풀잠자리의 알껍질이 모여 꽃처럼 보이는 것도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또다른 설명도 있으나 청령의 알을 보고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고의적인 혼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더욱 죄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좀 거칠고 조잡한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저 앞에 장동건이 왔대서 헐레벌떡 뛰어가보니 나이트 삐끼 장동건이 와 있는 셈이다. 이게 어떻게 된거냐고 씩씩대면서 묻자 어찌됐건 장동건은 장동건이니 틀린 말 한 건 아니지 않냐면서 실실 쪼개는 상대방에게 당신이라면 아, 그렇군요 하면서 같이 실실 쪼갤 것인가 아니면 뭐 이 새끼야, 하면서 턱주가리를 쪼갤 것인가.
한편, 이보다 한 수 위의 너구리들은 이런 식으로 돌려차기를 해버린다.
-그렇다면 풀잠자리알이 우담바라라는 뜻이 아닌가?우담바라는 상상의 꽃이고 전설의 꽃이다. 몇몇 사찰에 핀 것이 우담바라라는 근거는 없지만 절대로 아니라는 근거 또한 없다. 누구도 그 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담바라가 장미를 닮았는지, 풀잠자리 알을 닮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우담바라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풀잠자리도 되고 곰팡이도 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아..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었구나.. 깨달음을 얻은 상쾌함이 온 몸에 밀어 닥친다. 해골물을 마신 원효대사가 다음날 아침 모든 것을 깨닫고 구토를 하는 기분이 이랬을까. 이 감동적인 말씀에서 글의 맥락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단어 몇 개만 바꿔 보자.
청와대의 이명박이 우담바라라는 근거는 없지만 절대로 아니라는 근거 또한 없다. 누구도 그 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담바라가 이명박을 닮았는지, 노무현을 닮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우담바라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이명박도 되고 노무현도 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굳이 더 이상의 코멘트는 달지 않겠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우담바라 얘기냐고? 중학생 시절, 내게는 비장한 각오가 있었다. 신념을 배신하는 삶을 사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죽어버리겠다는...(-_-;;...)
그리고 한 달 전 나와는 평생 인연이 없는 줄 알았던, 그리고 가능하면 앞으로도 평생 인연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우담바라-사실은 풀잠자리알-가 우리 구역에도 두 "송이"나 "피어" 버리고 말았다. 거기까지도 괜찮았는데, 문제는 그 우담바라를 최초 발견한 사람이 하고 많은 사람들 중 하필이면 대장님이었다는 것이다. 난 정말 최선을 다해 과학과 이성과 상식의 이름을 걸고 대장님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당연하게도 실패해 버렸다. 사실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래서 지난 일주일간 난 내가 부정하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믿으라고 소개해야 했고,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허탈함이 요 근래 들어 최고조에 달했고,
그래서 무력감에 빠져 엎어져 있던 어제 저녁에 요 블로그의 탄생 목적이 떠올라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치러 온 것이다. 자살하는 것 보다는 이쪽이 깔끔하잖는가. -_-;;
써 놓고 보니 생각만큼 후련하진 않지만 혼자 꾹꾹 눌러담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 저녁이나 먹으러 가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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