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장례식

일상 2008/11/25 22:43

젊은 시절, 할머니는 한량끼가 있던 할아버지 때문에 무던히도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전쟁이 막 끝났던 그 때 시절에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었겠지만, 동네 유지 딸로 곱게 곱게만 자라난 할머니에게 그 시절은 약간 덜 곱게 자란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골다공증을 제외하면 또래의 누구보다 건강하시던 할머니는 십년 전 중풍을 맞은 이후 다리를 잘 못쓰게 되셨고, 치매를 앓기 시작한 오년 전부터는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망상에 시달리셨다. 자식들은 돌아가면서 병수발을 들었지만, 간병을 시작한지 삼년 만에 시립복지시설에 할머니를 입원시킬 수 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붙어서 시중 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망상에 빠진 할머니가 내뱉는 잔인한 말들은 도저히 견뎌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닷새 전 일과를 마치고 쉬던 중 아버지의 연락을 받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세수 일흔 일곱. 요즘 기준으로는 장수했다 말하기 힘들겠지만 그리 단명했다고도 말하기는 힘든 나이다.

할머니의 몸을 담은 나무 관이 가마 속에 들어갈 때까지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의 죽음이 슬프지 않았다거나 쿨해 보이려고 억지로 눈물을 참은 건 아니었다. 그냥 눈물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시체가 다 타려면 한 시간 반은 있어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친척들은 대부분 대기실로 쉬러 갔고, 9번 소각실의 의자에는 할아버지와 작은 아버지와 나만이 남겨졌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할아버지가 나직한 목소리로 무언가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정확하게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아마 할머니에 대한 말들이었던 것 같다. 화 잘 내고 고집불통에다가 무뚝뚝한 할아버지에게 저런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는 게 할머니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일이분 가량 그렇게 멍하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목이 메어 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구나. 한 번 나오기 시작한 눈물은 겉잡을 수 없이 흘러 내렸다. 작은 아버지의 손수건을 눈에 대고 소리죽여 한참을 울다가 결국 자리를 뛰쳐 나오고 말았다.


옛날, 아들을 잃고 비탄에 잠긴 홀어미가 있었다고 한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견디다 못한 그녀는 부처님을 찾아가 이 슬픔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려 달라 했고, 부처님은 그녀에게 사람이 아무도 죽지 않은 집에서 쌀을 얻어온다면 그 길을 알려 주겠노라 했다. 그녀는 빈 그릇을 들고 온 마을을 돌았지만 당연히 한 톨의 쌀도 얻을 수 없었고, 마침내 부처님 말씀의 뜻을 깨달아 슬픔을 떨쳐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이 생길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다. 나도 언젠가 슬픔에 빠진 제관들을 만나면 해주려고 벼르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극적이고, 함축적이고, 감동적이다. 참 좋은 말씀 아닌가.
하지만 내겐 저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줄 자격이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최소한, 당분간은 말이다.

2008/11/25 22:43 2008/11/25 22:43
1. 석 달 전에 밭을 매다가 접질린 왼발목이 최근 들어 계단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어 병원에 가 봤다. 비뇨기과를 겸하는 정형외과 원장선생님께서 한참동안 이것저것 찍고 누르고 비튼 다음 내린 진단은 만성적 발목 인대 염좌. 다치자마자 바로 왔으면 그냥 발목 인대 염좌인데 다치고 석 달이나 꾹꾹 참은 댓가로 '만성적'이란 타이틀을 추가할 수 있었다. 희한한 동물을 바라보는 눈초리를 하고 이런 발목으로 어떻게 석 달 동안이나 돌아다녔냐고 말하는 원장선생님께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라고 통증을 즐기는 변태가 아닌 다음에야 왜 병원에 오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묵묵히 참고 견디면 감기나 암같은 불치병은 물론이고 지진과 가뭄과 홍수같은 자연재해도 비껴간다 믿는 사람들이 드글드글거리는 이 동네 분위기상 다쳤다고 자랑하다간 오히려 욕을 먹기가 십상이었기에 섣불리 아픈 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 삼주일 동안 입다물고 참고 참고 또 참아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참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최대한 불쌍해 보일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대장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다.

"발목이 아픈데 병원 좀 가보면 안될까요."

간절한 마음은 언제나 통하는 법일까. 언제나 엄격하기만 한 대장님의 표정이 잠깐 흔들리더니, 이내 온화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앗, 성공인가?

"아픈 건 네 마음이지 몸이 아니다...-_-..."

뭔가 해탈한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저런 말씀을 하시니 간지가 나긴 나는데,
이게 남의 일이면 나도 잔뜩 감동을 먹은 표정을 짓고 역시 대장님 하고 감탄할 수 있겠는데,
발목이 아파 쓰러지고 싶은 상태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마음도 매우 아파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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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장님 상사병 화병 향수병 이런 병들이야 목소리 깔고 그런 말씀 내려주시며 둘러 메쳐 넘어갈 수 있겠지만 뼈가 다치고 인대가 늘어났는데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거라고 하면 마음에 와 닿을 것 같나요
끼니때마다 마음이 고픈 거지 몸이 고픈 게 아니다 나 그냥 한 끼 굶을란다 이렇게 넘어가진 않으시잖아요 ㅠㅠㅠㅠㅠ

대장님, 매너 좀...-_-;;;


2. 일본에 회의차 출장 가셨다가 그들의 철저한 문화재 관리문화에 감동을 먹고 돌아오신 대장님께서 스물 한 권 짜리 국내 여행 전집을 한 질 던져주시고 한 달 내로 모든 주요 문화재를 요약 정리해오라고 했던 게 바로 어제였는데, 오늘은 또 어디서 무슨 말을 듣고 오셨는지 난데없이 회원카드 4천여 장을 새로 만들어 모조리 손으로 써오라는 명을 내리셨다. 아니 컴퓨터에 다 저장되어 있는데 그걸 대체 뭐하러 뽑아야 한단 말인가요. 이게 대관절 무슨 말씀이시래.

"아니 그... 회원정보는 컴퓨터에 다 저장이 되어 있는데... 굳이 종이 카드를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요. -_-;;"

"만약 정전이 나거나 컴퓨터가 고장나면 어쩔 건가? 손으로 써와."

"그.. USB에 백업을 해 놓으면 괜찮을텐데요...-_-;;;;"

"USB를 잃어버리면 어쩔 텐가? 손으로 써와."

"......예에......-_-;;;; 그럼 회원정보는 다 입력되어 있으니 그냥 출력만 하면 안될까요...ㅜㅜ;;;;;;"

"컴퓨터에 있는 게 정확한 정보인줄 어떻게 아나? 100% 확신할 수 있나? 아니지? 그러니까 손으로 써와."

아니 그럼 사무실에 불이 나면 어떡하나요, 차라리 컴퓨터에 손을 달아주는 게 낫겠네요 를 필두로 대꾸해줄 말이 순간적으로 스물 두 개 정도 떠올랐지만 아무리 내가 멍청해도 생각한 걸 그대로 내뱉았다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도는 알고 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참을 인忍자를 이렇게 세 번만 쓰면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구나. -_-;; 하긴 한 장 쓰는데 삼 분씩 잡고 하루에 다섯 시간 투자한다 해도 40일을 꼬박 붙잡혀 있어야 되는 일인데 고작 일곱획 밖에 안 되는 시시한 한자 따위로 마음이 가라앉을리 없지.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마음속으로 막힐 울鬱자를 열 번 정도 쓰니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군대 이 년도 버텨 냈는데 고작 40일이 뭐 대수냐고.

그치만...

그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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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

대장님, 매너 좀...

제발 좀...


저 삐뚤어져 버릴 거예요...ㅠㅠㅠㅠ...
2008/11/15 19:23 2008/11/15 19:23

범죄 없던 동네

일상 2008/10/19 01:03

농번기도 끝났고 등급도 상승했지만 내 작업량은 좀처럼 줄 기미를 안 보였다. 막내라는 조직 내 포지션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독립소대에서는 만년대위도 왕처럼 굴지만 군단 사령부쯤 가면 준장도 대걸레 들고 청소하는 거랑 같은 이치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학기부터 등록한 대학원 수업은 두 과목 발표가 같은 주에 겹쳐 버렸다. 부모님 돈으로 학교 다닐 때야 까짓 거 드롭하고 편하게 살자, 하고 널널한 인생을 즐겼겠지만 개처럼 일해서 내 손으로 번 돈이 허무하게 날아간다고 생각하니까 차마 그러지를 못하겠더라. 결국 자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발표를 마친 후 일주일간 잔 시간을 계산해보니까 아홉 시간 반 정도쯤 되는 것 같았다. 작년보다 거의 두 배 정도의 기록 갱신을 이뤄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지금 내 혈관에 흐르는 게 피일까 커피일까, 귤껍질 같이 변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일주일을 못 잤으니 일주일 후에 일어나고 말리라는 각오를 품고 결연하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미친듯이 울려퍼지는 벨소리에 누운지 세 시간도 못 되어 일어나야 했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들려오는 밑도 끝도 없이 큰일 났으니 빨리 달려오라는 다급한 외침에 항의 한 번 못하고 주섬주섬 옷을 꿰어 입었다.

사무실이 털렸단다.

잠이 덜 깨 머리 회전이 둔한 상태가 침착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기를 바라며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이럴 때를 위해 있는 CCTV가 아니었던가요, 전부 다 녹화됐을 거 아니예요. 그러자 그는 말없이 녹화된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00:00 ~ 01:00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문을 따고 들어왔다.
01:00 ~ 04:30 CCTV 모니터와 카메라를 번갈아 보던 그는, 난데없이 카메라 앞에 얼짱각도로 섰다. 그는 삼사초 가량 카메라 앞에서 매무새를 정돈하고 난 뒤에 CCTV 모니터 앞에 정좌하고 앉았다.
04:30 ~ 05:00 벌떡 일어나더니 놀라운 속도로 잠긴 서랍을 따고 돈을 꺼냈다.
05:00 ~ 05:20 사무실 밖으로 얼굴만 디밀어 누가 오는지 확인한 후, 다시 서랍 앞으로 돌아왔다.
05:20 ~ 07:00 수백만원이 든 봉투 두 개를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창문으로 몸을 빼쳐 나갔다.


가장 큰 의문점은 다음과 같다.
1. CCTV 카메라 앞에 당당하게 얼굴을 들이댔다. 뿐만 아니라 자기 모습을 모니터링하기까지 했다.
2. 돈을 보관하는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3. 돈을 2회에 걸쳐 나누어 가져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랍에는 많은 돈이 남아 있었다.


침투방법 및 피해액 규모를 두고 논쟁을 벌이던 중 뒤늦게 연락을 받은 대장님이 출동했다. 그래도 일단 동종업계인데 장발장과 미리엘주교를 실사버전으로 보게 되는 건가, 두근두근 기대해봤지만 언제나 올곧으신 우리 대장님이 그런 나약한 모습을 보일리 없다. 대장님은 일주일치 CCTV를 모조리 돌려보고 닮은 놈을 찾아보고 출입하는 모든 차량을 모니터링해서 도둑놈을 잡아내라는 단호한 지시에 이어, 훔친 놈보다 도둑맞은 놈이 더 나쁘다는 꼰대 논리로 이야기를 마무리함으로써 기어코 사무장을 울리고 말았다. 세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든든해져 왔다.

자정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신고를 받자마자 불평없이 출동한 민중의 지팡이 왈.

"올해 들어 이 동네 첫 절도 사건이네요."

아니 이 동네 치안이 그렇게 좋은 동네였어? 그보다 왜 첫 타겟이 우린데? -_-;; 그러고보니 작년 이 동네 유일한 절도 사건 피해자도 우리였다고 들은 것 같은데. 대장 논리대로라면 가장 나쁜 놈은 우리인 것 같다. 귀찮게 범인 찾고 뭐하고 할 필요 있습니까. 그냥 우리를 다 잡아가세요. 빈정거림이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 왔지만 어쨌건 내년까지는 있어야 할 처지라 조용히 다시 삼켜 버렸다. 젠장.

결국 팝스(탑스가 아니다. 경비업계에도 짝퉁이 있는 것 같다)라는 이상한 업체에 의뢰해서 CCTV자료를 넘기고, 경찰에 이 새끼 잡으면 콩밥 먹게 해주세요 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낸 후 마지막으로 새자물쇠를 다는 걸로 사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방화범은 반드시 현장에 돌아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CCTV에 얼짱 각도로 얼굴을 박아 놓고 간 절도범이 잡아달라고 다시 와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 기분만 더러워지니 빨리 잊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세상 모두가 다 잊어도 대장님만은 잊지 못할 것 같다는 거다. 피해액이 한 두 푼이 아니니.. 대장님이 우리 월급을 삭감해서 대차대조를 맞추려 한다 해도 그리 놀랍지는 않을 것 같다. 곰인형 눈붙이기나 봉투 붙이기 자리라도 알아봐야겠다.

2008/10/19 01:03 2008/10/19 01:03

우담바라

일상 2008/09/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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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담바라 : 인도 북부와 데칸 고원에서 자라는 활엽수. 잎은 긴 타원형이며, 열매는 여러 개가 모여 맺힘. 작은 꽃이 항아리 모양의 꽃턱에 싸여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억설이 생겨나 3,000년 만에 한 번 꽃이 핀다 하고, 또 부처나 전륜왕이 출현하면 꽃이 핀다고 하여, 희귀한 것이나 만나기 어려운 것을 비유함.
-곽철환, 시공불교사전, 시공사



부패 없는 권력을 상상할 수 없듯이 기적 없는 종교 또한 있을 수 없다. 가장 철학에 가까운 종교라는 불교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멀게는 이차돈이 목을 베여 죽는 순간 몸통에서는 하얀 피가 솟구치게 하고 머리통은 경주에서 금강산까지 호쾌하게 날려버렸다는 삼국시대의 영험담부터,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렸다는 비석이 이명박 당선 직후 10리터나 되는 땀을 흘렸다는 현대의 영험담까지 이적의 수효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 이적에도 트렌드라는 게 있어서 고승담이면 고승담, 친견담이면 친견담 등 시대별·지역별로 유행을 타는데, 21세기 한국 불교계를 강타한 영험 트렌드는 단연 "우담바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가 히트했던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속의 꽃으로만 알려졌던 우담바라는 1997년, 광주의 한 사찰 불상에 피어 있는 것이 최초 목격된 이래 2000년을 기점으로 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미친듯이 발견당한다. 다음은 구글에서 "우담바라"로 검색해서 뜬 웹페이지 들을 추려 정리해 놓은 것이다.


<발로 찾은 2002-2007 우담바라 출몰지>

1. 관공서
감사원 민원실 민원신고센터 의자 등받이
괴산군청 사무실 화분
군산시청 현관출입문
군포시청 연결통로
김대중 컨벤션 센터 1층 출입구
3·1운동기념관 남자화장실
서귀포시청 문화공보실 책 표지
안산시청 민원실 앞 쇠기둥
증평군청 현관출입문

2. 상가`공장`사무실
대덕밸리 벤처기업 회의실 벽면
보령제약 본사 1층 휴게실
삼성정밀화학 공장 사무실 의자 밑바닥
세방전지 본부 영업용 차량 보조석 문짝
송탄 삼성전자 디지털플라자의 지펠냉장고 냉장실 문짝
신세계 본점 앞 과일나무 조형물
안양의 컨테이너 사무실 천장
인천 논현주공단지 현장사무실
포스코 홍보센터 1층 홍보사진
흥국생명 본사건물 베란다 기둥
힘픽쳐스 사무실 철기둥

3. 그 외
강동구 암사동 한 주택 텃밭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망향휴게소 관리사무실
김미화씨의 자택
미국 텍사스에 거주중인 어느 중국인의 자택
분당의 어느 아파트 발코니 방충망
전북 남원의 어느 매실농장
중국 길림성에 거주중인 어느 파룬궁 수련생의 자택
증산도 제주도장의 어느 감귤
춘천의 어느 자동차 뒷범퍼
충북 보은군의 어느 보일러 가게
한국 타이어 충주대리점의 어느 타이어 트레드

목격담이 가장 많을 법한 사찰과 불교관련기관을 제외하고도 저만큼이다. 특히 작년의 경우 상반기에만 전국 20여 곳에서 출몰사례가 보고 되었다 하니, 2007년은 가히 문광부 지정 우담바라 개화의 해였다 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감귤·냉장고 문짝·타이어·남자화장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미친듯이 피어나던 우담바라는 급기야 올 여름에는 양평에 있는 어느 교회 옥상에까지 피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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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교회 이름은 "양평능력교회"이다. 뭔가 이름에 걸맞는 이적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아리송하지만 신의 섭리라는 건 원래 다 그런 법이다.



아니 가수 이적 한 번 보기도 힘든데 뭔 놈의 이적이 이렇게 흔해빠졌어? 이거 진짜 이적 맞어? 의문을 가진 당신을 위해 불경에 근거한 우담바라 판별법을 소개한다.


<경전을 통해 알아본 우담바라 진위 판별법>

1. 우담바라는 움이 돋는데 일천년, 꽃봉오리 맺는데 일천년, 꽃봉오리 피는데 일천년 해서 총 삼천년만에 핀다.
 - 그러니까, 진짜 우담바라는 제야의 종소리마냥 3000, 2999, 2998 카운트 다운 하다가 딱 삼천년 되는 순간에 이때다 하고 팍 피어버리는 게 아니라 한 자리에서 삼천년에 걸쳐 피어난다는 소리다. 어느날 갑자기 발견된 개체는 가짜고, 삼천년 전부터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가 되어야만 진짜 우담바라 되겠다.

2. 우담바라의 향내음은 일유순 안에 가득하다. 
 - 유순(由旬)이라는 단위 자체가 정량화된 게 아니라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진 못하지만, 여기저기 알아보니 1유순은 대충 6km에서 80km 사이의 어딘가쯤에 있는 듯 하다. 꽃은 있으나 벌레가 없으니 필시 향기가 없는 개체는 가짜고, 발견지 근방 6km만 가더라도 알 수 없는 향기가 가득해야만 진짜 우담바라 되겠다.

3. 우담바라의 크기는 마차 바퀴만큼 크다.
 - 마찬가지로 마차라고 해도 규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진 못하지만, 장난감 모형 마차가 아닌 다음에야 엔간한 타이어보다는 커야 마차를 굴러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벌레보담도 작아 돋보기 없이는 잘 보이지도 않는 개체는 가짜고, 꽃잎 지름이 대충 60센티미터 전후는 되어야 진짜 우담바라 되겠다.


물론 그 수많은 목격담 중 이 조건을 하나라도 충족하는 사례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0x년이 되자(정확한 년도는 모르겠다 -_-;;)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잊어버릴만 하면 풀잠자리알을 갖다가 전설의 꽃이라고 소개하는 저녁 뉴스에 질려버린 생물학 전문가들이 "내 밥줄을 걸고 말하겠는데, 저건 풀잠자리알이야!"라고 선언해버렸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발견자들이 진정 흔들림없이 우담바라의 존재를 믿었다면 꽃잎이나 줄기 약간을 띄어주면서 한 번 검사해보라고 정면돌파를 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신앙심 두터운 발견자들은 무지한 과학자들의 손 아래 영험한 꽃이 훼손되는 것을 두려워했는지 다른 방법을 통해 우담바라라는 이름을 지켜낸다.


"불교 사전에는 풀잠자리(청령)의 알도 우담바라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실제 꽃이 아니고 풀잠자리의 알껍질이 모여 꽃처럼 보이는 것도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또다른 설명도 있으나 청령의 알을 보고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고의적인 혼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더욱 죄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좀 거칠고 조잡한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저 앞에 장동건이 왔대서 헐레벌떡 뛰어가보니 나이트 삐끼 장동건이 와 있는 셈이다. 이게 어떻게 된거냐고 씩씩대면서 묻자 어찌됐건 장동건은 장동건이니 틀린 말 한 건 아니지 않냐면서 실실 쪼개는 상대방에게 당신이라면 아, 그렇군요 하면서 같이 실실 쪼갤 것인가 아니면 뭐 이 새끼야, 하면서 턱주가리를 쪼갤 것인가.

한편, 이보다 한 수 위의 너구리들은 이런 식으로 돌려차기를 해버린다.


-그렇다면 풀잠자리알이 우담바라라는 뜻이 아닌가?
우담바라는 상상의 꽃이고 전설의 꽃이다. 몇몇 사찰에 핀 것이 우담바라라는 근거는 없지만 절대로 아니라는 근거 또한 없다. 누구도 그 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담바라가 장미를 닮았는지, 풀잠자리 알을 닮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우담바라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풀잠자리도 되고 곰팡이도 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아..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었구나.. 깨달음을 얻은 상쾌함이 온 몸에 밀어 닥친다. 해골물을 마신 원효대사가 다음날 아침 모든 것을 깨닫고 구토를 하는 기분이 이랬을까. 이 감동적인 말씀에서 글의 맥락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단어 몇 개만 바꿔 보자.


청와대의 이명박이 우담바라라는 근거는 없지만 절대로 아니라는 근거 또한 없다. 누구도 그 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담바라가 이명박을 닮았는지, 노무현을 닮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우담바라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이명박도 되고 노무현도 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굳이 더 이상의 코멘트는 달지 않겠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우담바라 얘기냐고? 중학생 시절, 내게는 비장한 각오가 있었다. 신념을 배신하는 삶을 사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죽어버리겠다는...(-_-;;...)

그리고 한 달 전 나와는 평생 인연이 없는 줄 알았던, 그리고 가능하면 앞으로도 평생 인연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우담바라-사실은 풀잠자리알-가 우리 구역에도 두 "송이"나 "피어" 버리고 말았다. 거기까지도 괜찮았는데, 문제는 그 우담바라를 최초 발견한 사람이 하고 많은 사람들 중 하필이면 대장님이었다는 것이다. 난 정말 최선을 다해 과학과 이성과 상식의 이름을 걸고 대장님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당연하게도 실패해 버렸다. 사실 애초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래서 지난 일주일간 난 내가 부정하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믿으라고 소개해야 했고,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허탈함이 요 근래 들어 최고조에 달했고,
그래서 무력감에 빠져 엎어져 있던 어제 저녁에 요 블로그의 탄생 목적이 떠올라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치러 온 것이다. 자살하는 것 보다는 이쪽이 깔끔하잖는가. -_-;;
써 놓고 보니 생각만큼 후련하진 않지만 혼자 꾹꾹 눌러담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 저녁이나 먹으러 가야지. -_-;;
2008/09/15 17:17 2008/09/15 17:17

돌아왔습니다.

일상 2008/09/08 20:45

근 한 달에 걸친 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방금 막 돌아왔습니다. 정신력이라는 걸 그동안 우습게 생각했는데 정신력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더라구요. 이 친구 덕분에 사람도 아니고 뭣도 아닌 신분에서 뭣같은 신분으로 무사히 업그라운드할 수 있었습니다.

어.. 저기... 지금은 정신이고 기운이고 뭐 하나 멀쩡한 게 없는 상태라 무사히 돌아왔다는 말씀만 올리고 이만 쉬러가겠습니다. 추석 연휴기간 내에 제대로 된 포스트 하나 정도는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볼께요.

아니, 진짜로... -_-;;;;

2008/09/08 20:45 2008/09/08 20:45
TAG

일단은 여기까지.

일상 2008/08/11 23:53

교육훈련 관계로 당분간 블로그를 동결합니다. 별일 없으면 다음 포스팅이 올라올 시간은 9월 둘째 주 정도일 것 같네요.
 
사실 이 블로그는 답답할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하고 소리나 지르려고 만들었는데 어찌어찌 하다가 몇 달만에 수천 분이나 들러주시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해 조금 기쁘더군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 같은 환경에서 컴퓨터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부터가 기적 같은 이야기였지만, 기왕 시작한 이야기는 마무리 짓고 가고 싶어서 나름대로 발버둥을 쳐봤는데 지금 제 역량으론 여기까지가 한계인 듯 합니다. 결과적으로 떡밥만 잔뜩 뿌려 놓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게 되어 그간 저질포스팅을 보러 와주신 여러분-혹은 봇들일지도 모르지만-께는 정말 감사하면서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쨌건 이번 훈련에 통과하든 못하든 가을부터는 제 시간이 조금이나마 보장될 것 같으니, 남겨진 이야기들은 그때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저놈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던 게 어디 한 두번이던가, 별로 믿음은 안 가실지 몰라도 그냥 믿어 보세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2008/08/11 23:53 2008/08/11 23:53

고민 끝.

일상 2008/07/26 16:48

0. 이제 그만, 고민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블로그를 동결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랄까 지금도 별로 동결상태와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서도...;; 스고막은 쥐꼬리만한 내용에 굼벵이같은 속도로나마 계속 올라갑니다 -_-;)

1.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건강조차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대장님의 지원을 받아 한 번 진료에 칠만원 정도 받는 병원에서 일주일간 치료를 받았는데, 한 번 진료에 만원 정도 받는 병원에서 한 달 내내 치료 받은 것보다 회복속도가 빠르다. 때마침 와준 장마비 덕분에 체력도 무서운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한때는 시험 통과는 고사하고 이러다 평생 불구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이대로라면 이주일 내에 완치가 가능할 듯 하다.
기분 좋은 날이다.

2. 조계종, 요새 어째 잘 나간다 싶더니...

황우석 “연구재개 위해 도와달라”

삽질을 할 시점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런 블록버스터급 대형사고를 칠 줄이야. 번듯한 사람 하나 만들어 한 풀어보려는 기분은 알겠는데 대체, 왜, 하필, 이런 검증된 쓰레기를 다시 파오느냐고???
2008/07/26 16:48 2008/07/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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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일상 2008/07/20 19:36

먼저 본의 아니게 여러 방문자 분들을 낚은 데 대하여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_-;;

아니 저기 그게... 제가 일부러 낚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_-;;

그냥 자겠다고 포스팅해놓고 나서, 제출 직전의 보고서를 보니 왜 이렇게 맘이 안드는 구석이 많은지,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다가 결국 거의 보고서를 새로 써서 올려 버리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어느새 다음날 밤이 되어 있더군요. -_-;;;

아니 그래도 내가 오늘 쓰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뭐라도 쓰긴 써야지, 하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눈이 너무 뻑뻑하더라구요, 눈을 한 오분만 감았다 뜨면 부드러워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딱 오분만 눈을 감았다 뜨니까 역시 눈이 한결 편해지더라구요. 상식적으로다가 생각해보더라도 오분만 감았어도 이 정도로 편한데 십분을 감으면 두 배는 편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딱 십분만 더...(이하 생략) 이 짓을 반복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네 시더라구요. 결국 글은 글대로 못 쓰고 잠은 잠대로 설치고.. -_-;;

새벽 네 시에 혼자 차 끓여 마시면서 그래도 아직 이십대인데 체력이 왜 요모양 요꼴로 바닥을 치고 있나 곰곰 생각해 보니까, 아무래도 요 일주일 동안 잔 시간을 다 합해도 스무 시간이 좀 넘을 뿐이라는 사실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더군요. 가만히 있어도 팔다리가 달달 떨리고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며 오른쪽 얼굴이 실룩거리는 원인도 왠지 이것 때문인 것도 같고...
원인을 찾은 기념으로 병원 가서 링겔 한 통 맞으면서 아무리 젊어도 몸 함부로 굴리면 못 쓴다고 욕도 좀 먹고 왔습니다. -_-;; 하나뿐인 몸, 소중히 다뤄주세요들.

그래서.. 저질 포스트를 기다려 오신 여러분들을 위해서라도 오늘은 이만 자겠습니다. -_-;;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은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_-;;

2008/07/20 19:36 2008/07/20 19:36
드디어 보고서를 완성했다. 내일 아침에 이것만 제출하면 이 길고 추잡하고 정말 더럽게 짜증났던 사기 사건도 끝난다.
터프한 우리 대장님이 내 보고서에 요구한 건 단 하나뿐.


"법적으로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막아낼 수 있도록 써라."

"...예...-_-;;;..."


난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장님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인가 보다.. 어쨌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싯팔 -_ㅠ 차라리 그냥 드래곤볼을 모아오라 그러세요...


어쨌건 오늘은 이만 잘랍니다. 스고막 포스팅은... 일요일 밤부터 올라갑니다.
한 달 후에 또 한 달 짜리 교육훈련을 가는지라 그 때까지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완성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_-;;

덧 - rss로 구독하고 계신 분이 세 분이나 계시더군요. -_-;;
 세상에는 좀 더 밝고 즐거운 곳이 얼마든지 많답니다. -_-;;;;

2008/07/18 18:39 2008/07/18 18:39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상 2008/07/16 08:31

사기꾼 멱을 따고 사장 사과만 받아내면 모든 게 한 큐에 해결될 줄 알았는데 역시 세상에 만만한 일 따위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무릎꿇고 빌러 왔길래 대장님 얼굴도 있고 해서 좋게 좋게 해결하려고 한 발 물러나 줬더니 별안간 자기도(사기치다 나한테 걸려서) 직장을 짤렸으니 피해자라며 되려 나를 나쁜 놈으로 몰아가버릴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_-;;; 이게 사람새낀지 뭔지...
 

마지막으로 잠을 푹 자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나고,
전치3주라던 무릎은 한달이 지나도 나을 기미가 안 보이고,
러시아 사람 과외 끝났다고 좋아했더니 다음달에 볼 재시험 준비해주라 하고,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은 전하지도 못한 채 가슴 속에 쌓여만 가고.


정말 지친다, 지쳐...

2008/07/16 08:31 2008/07/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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