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률은 무섭게도 집중된 위엄을 가진 사내였다. 육군인 그는 임진강에서 이겼고, 용인에서 이겼고, 수원에서 이겼고, 이천에서 이겼고, 행주산성에서 이겼다. 그는 무수한 아수라를 돌파한 자의 살기를 몸 속 깊이 숨기고 있었고, 나는 나의 살기로 그의 살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정치 권력의 힘으로 전쟁을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그는 육군의 지원을 요청하며 출전을 머뭇거리는 원균을 불러들여 곤장 50대를 때려서 칠천량 바다로 내어몰았다. 그는 예순에 가까운 삼도수군통제사를 형틀에 묶어서 곤장을 칠 수 있는 사내였다. 그는 늙고 우둔한 맹수처럼 보였다.
-김훈, <칼의 노래> 中
이명박에게 시간을 달리는 능력이 있다는 건 YTN 돌발영상 사태 때 이미 밝혀진 바 있지만, 십년이라는 세월을 이렇게 간단하고 무식하게 뛰어넘을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가 가장 그리워하는 시절이 부디 1980년 5월 무렵만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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