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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5 P교수님의 강의록 -2
  2. 2008/06/29 결단
  3. 2008/06/02 이명박은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2007. 6. 12

산란함이 없으면 일상 생활도 없습니다. 세간은 산란함 그 자체입니다. 산 속에 들어가서 좌선하는 게 산란함을 피하는 게 아니예요. 산란함이 없으면 삼매도 불가능합니다. 고요히 앉아서 좌선만 하는 게 그런 게 아니예요. 이건 불교가 아닙니다. 실제 일상은 이렇지 않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 생활이 산란합니다. 이제를 말하는 이유가 뭡니까. 세간살이를 말하는 겁니다. 세간 없는 출세간은 없어요.
그래야 뭐가 나오겠습니까. 자비로운 행위를 할 수 있지요. 세상 사람들 속에서, 함께, 향해서 하는 거 아니야. 대승은 세간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아예 생각조차 안하고 주는 무주처열반을 왜 대승 들어 처음 말했겠어. 대승 전에는 유여 무여 뿐이었다고. 무주처는 세간살이를 버리지 않겠다는 거예요. 산 속에서 고요히 좌선만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만행을 하는 게 그런 거예요. 수행을 한 다음에도 세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5식신, 일상생활. 여기서 삼매가 나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행주좌와 다 선이 되고 삼매가 되지만 정말 삼매다운 삼매를 하려면 좌선을 하라는 겁니다.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서 좌선을 해야 올바르게 삼매가 된다고. 하지만 어디 일상이 그러냐고. 초반에는 보고 듣기에 휘둘린다고. 좌선 하는 데에 걸어가고, 끝나면 돌아오고, 밥 먹을 때 보고 듣고. 모두가 산란한 행위라고. 24시간 사마디는 안 돼. 불교에서는 아주 좋지 않은 이미지라고. 따로 따로 떨어진 게. 외적 자극에 방어할 길은 없어. 외적 사마디는 항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내적 충동, 마음을 다스리는 건 가능하지만 외적 자극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사띠 수행으로. 아무리 사띠 해도 멸진정에 들지 않는 한 안된다고. 외적 자극에는. 그런데 불교는 이거까지 다 다루고 있다고. 산란함을 배척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출세간주의지. 올바르게 자기가 서야 힘을 키워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거든. 뿌리가 없어 위태로운, 자기가 아닌 신에 의존하는 기독교의 사랑과 다른 점이 이거야.
삼매에 들면 너무 편하고 좋아. 사람 만나는 것도 시내 나오는 것도 싫어진다고. 그만큼 삼매의 맛을 즐겨, 탐이지. 색계무색계에도 탐이 들어가, 그래서 윤회를 하게 돼. 멸진정도 윤회야. 멸진정은 해탈도 열반도 아니라고. 다른 선정과는 달리 현행하지 않지만 말이야.

가라앉은 게 혼침. 도거는 들뜬 거. 대체로 학생은 도거야. 공부하니까. 책을 드는 순간 산란해지고 도거가 된다고. 사교입선은 일견 맞지만, 좌선을 하지 않을 때는 항상 책을 읽어야 균형이 맞는다구. 들뜰 때는 지난 날에 대한 후회가 들지. 그래서 도회라고 해. 도거와 후회를 같이 묶어서. 후회는 좋은 게 아니야. 참회는 지난 잘못을 반성하는 거지. 그런데 참회한 다음에, 정리한 다음에 또 떠올리면 그건 참회가 아니야. 번뇌가 있는 거라고. 선법이 아니야. 앞으로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지, 이건 선법이지만 이게 자꾸 떠오르면 불선법이 되는 거라구.



P교수는 이른바 인기교수는 아니었다. 그는 친하게 지내는 학생이라고 점수를 특별히 잘 주지도 않았고, 한 시간 내내 농담이나 하다가 나가버리지도 않았으며, 아무리 어눌하고 서툴러도 자기 생각을 말하는 사람의 말에 더 관심을 보이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싼 학비와 바꾸어 모아 놓은 강의록들 중, 수십번을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의 수업뿐이다.

2008/07/25 21:10 2008/07/25 21:10

결단

일상 2008/06/29 16:47

1. 링크 몇 개.

 군홧발에 짓밟힌 20대 여성 "살기 위해 굴렀다" 
 토끼몰이에 강제연행..무리한 진압 논란

 이런 뉴스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압권은 이거다.

 [전문] 폭력시위 관련 대국민 발표

비장한 표정으로 구국의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장관들의 고뇌가 느껴지는 발표문이 아닐 수 없다. 어딜 감히 버러지 같은 시민들이 대통령 각하의 깊은 뜻을 몰라주고... 뒤질라구...
개그포인트는 "그동안 정부는...공권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 왔습니다." 와 "이러한 때일수록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균형있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되겠다. 내가 너거들한테 바라는 것도 바로 그거다, 씨바. 왠지 "정의사회 구현"을 슬로건으로 걸었던 전대갈 삘이 살짝 나지 않는가?
여하튼 너거들에 대한 내 공식입장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나저나 촛불만 들었다면 초등학생이건 중학생이건 가리지 않고 잡아가고, 노인이건 여자건 후드려 패는 것보다 "좀 더 단호한 대응"이라면 대체 뭘까. 촛불 시위를 서울 사태로 명명한 후 계엄령이라도 선포하겠다는 뜻일까?

 한국의 1, 2, 3등 신문

우석훈씨 예측이야 맞는 일이 더 드물지만,
그래도 이번 한 번쯤은 좀 맞았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나도 꿈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거리로 뛰쳐 나가야 할테니까.

2. 불행은 혼자 오는 법이 없다더니 아주 그냥 환장할 것 같은 요즘이다. 자리에 앉다가 무릎이 삐긋해서 전치 3주 판정이 나오는 걸 시작으로, 러시아 사람 귀화 시험 날짜가 한 달이나 땡겨지더니 이번엔 &%$#@ %^&* %$#... 에휴...
원래 펜을 들자마자 서론부터 결론까지 단숨에 갈겨 버리고 수십번 들여다 보면서 고치는 게 내 스타일이라 하루 날 잡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내 스타일 고집하다가는 한 달이 아니라 일년이 가도 시작도 못할 것 같아서 오늘밤부터 그냥 문단 한 토막씩이라도 올리려고 한다. 그간 기다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악플러 여러분. 어서 저를 물어 뜯어 주세요.

2008/06/29 16:47 2008/06/29 16:47

권률은 무섭게도 집중된 위엄을 가진 사내였다. 육군인 그는 임진강에서 이겼고, 용인에서 이겼고, 수원에서 이겼고, 이천에서 이겼고, 행주산성에서 이겼다. 그는 무수한 아수라를 돌파한 자의 살기를 몸 속 깊이 숨기고 있었고, 나는 나의 살기로 그의 살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정치 권력의 힘으로 전쟁을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그는 육군의 지원을 요청하며 출전을 머뭇거리는 원균을 불러들여 곤장 50대를 때려서 칠천량 바다로 내어몰았다. 그는 예순에 가까운 삼도수군통제사를 형틀에 묶어서 곤장을 칠 수 있는 사내였다. 그는 늙고 우둔한 맹수처럼 보였다.

-김훈, <칼의 노래> 中


이명박에게 시간을 달리는 능력이 있다는 건 YTN 돌발영상 사태 때 이미 밝혀진 바 있지만, 십년이라는 세월을 이렇게 간단하고 무식하게 뛰어넘을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그가 가장 그리워하는 시절이 부디 1980년 5월 무렵만은 아니길 바란다.

2008/06/02 18:56 2008/06/02 18:56